오카다 마리 : 다각관계에 숨겨진 욕망의 발현과 스토리텔링 기술
p.a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오지는 배경 작화, 오리지널 애니, 청춘물, 엔젤체조 등등. 그리고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오카다 마리다.

그녀의 주된 특기는 꼬일대로 꼬인 러브라인으로, <잔잔한 내일로부터>의 7각관계나 <트루티어즈>의 정신나간 남매 4각관계를 본 시청자라면 아마 뭔 말하는지 알거다.
그런데 이런 다각관계를 단순한 막장 드라마 따라하기, 상업성을 챙기기 위한 자극적인 전개로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카다 마리의 세계관에서, 이러한 다각관계는 단순히 누굴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그 등장인물의 위치, 심리, 욕망, 꿈을 파악하게 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학평론가 로쟈(본명 이현우)는 근대문학이 삼각관계와 함께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가문과 가문이 만나 정략결혼을 하던 중세와는 달리, 근현대는 자유연애의 시대이다.
개인이 애인을 선택하고, 때론 버림받고, 때론 엇갈리면서 개개인의 욕망이 충돌하고 뒤섞인다.
그렇기에 연애감정은 개인의 이데올로기, 사회적 욕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오카다 마리는 복잡한 러브라인을 통해 등장인물 간의 치열한 고뇌와 성장을 그려낸 것은 아닐까?
<잔잔한 내일로부터>의 치사키를 주목해보자.
이 애니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 ‘치사키’는 1쿨에서는 히카리를 좋아하고 2쿨에서는 츠무구와 맺어진다.
이러한 변심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바다마을 사람들의 동면’이다. 바다마을에서 유일하게 동면하지 않은 치사키는 츠무구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지상마을에 정착한다.
그렇기에 치사키의 변심은 단순히 남자 한명에서 남자 한명으로 갈아탄 것이 아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바다마을’에서 ‘지상마을’로 넘어간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암시해주는 장면은 바다마을 애들을 냅두고 할아버지를 보살피러 와서 하는 말, “나 슈크림(어린아이의 음식)보다 커피푸딩(어른의 음식)이 더 좋을지도.”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호명’이란 개념으로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행위를 엮는다. 이를테면, “너는 누구의 아들이다.”, “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와 같이 ‘너는 누구’라고 불러주는 것이 호명이다. 이는 “너는 한국인이니까, 이걸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식의 요청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치사키를 대입해보자.
1쿨에서 치사키는 스스로 호명한다. “나는 바다 마을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히카리를 좋아하고, 모두(4명)와의 관계를 지켜야 한다.”라는 자기인식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변화하기를 거부한다.
반면 2쿨에서 치사키는 고뇌한다. 이미 지상마을에 너무 물든 탓이다. 그녀의 결론은 “나는 지상 마을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츠무구를 좋아해도 되고, 할아버지를 간호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한다.”라는 자기인식을 갖게 된다.
이것도 단순한 서비스씬처럼 보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더 이상 맞지 않는 옷'을 통해 바다마을에서 지상마을로 정착한 치사키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치사키가 바다마을을 아주 저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지상마을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며, 그 선택은 연애와 진로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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